中 BOE 공장, “10월부터 모바일 OLED 생산
예상보다 빠른 일정...삼성디스플레이 공정 카피에 성공한 듯
LGD에 이어 BOE도 “애플과 공급계약 논의중”
삼성디스플레이의 수익성엔 대형 악재

중국 최대의 디스플레이 기업인 징둥팡(京東方∙BOE)이 오는 10월 첫 모바일용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당초 빨라야 내년부터나 가능할 것이라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전망을 크게 앞지른 일정이다.

특히, BOE가 삼성디스플레이 공정을 ‘카피(복제)’하는 데 성공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삼성디스플레이도 BOE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BOE의 부상으로 전 세계 모바일용 OLED 시장의 90% 점유율을 차지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독주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BOE는 최근 가동을 시작한 중국 청두(成都)의 6세대 OLED 공장 B7에서 오는 10월말부터 OLED 제품을 출하한다는 방침이다. 초기 수율은 낮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당초 예상보다 제품 출하 시기를 앞당긴 만큼 내년 중에는 일정 수준의 생산량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 중국 BOE 본사 전경./ BOE 제공
지난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OLED 사업이 뛰어든 BOE는 6여 년 이상 OLED 기술력을 축적해왔다. 특히 모바일 OLED 분야 1위인 삼성디스플레이를 따라잡기 위해 국내 OLED 장비 회사인 AP시스템 (9,060원▲ 100 1.12%)등과 협력해 핵심 장비를 공급 받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BOE의 6세대 공장은 기존에 삼성디스플레이의 모바일 OLED 생산 공정을 상당 부분 그대로 차용했다"며 "캐리어 글래스 상에 고성능 수지인 폴리이미드(polyimide)를 코팅해 형성한 기판에 박막트랜지스터(TFT)와 OLED를 형성하고, PI 기판을 캐리어 글래스에서 탈착하는 공정은 삼성과 거의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신문들은 해외 OLED 전문가의 말을 인용, “BOE의 B7 공장에서 생산되는 OLED 패널 제품 완성도가 삼성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BOE는 지난 2001년 말 하이닉스의 자회사였던 하이디스의 OLED 디스플레이 사업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디스플레이 시장에 진출했다. 처음에는 한국 기술에 의존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상했지만, 점차 자체 기술 개발 역량을 기르기 시작했다. 2011년에 중국 최초의 OLED 공장을 설립한 데 이어 청두 지역에 2개의 OLED 공장을 추가로 설립했다.

BOE는 애플과도 지난 달부터 OLED 디스플레이 공급을 구체적으로 논의 중이다. BOE는 내년에 출시할 아이폰용 모바일 패널을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 애플은 최근 공개한 ‘아이폰 X’에 처음으로 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애플은 모바일용 OLED 분야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지배력을 낮추기 위해 LG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재팬디스플레이(JDI)와도 협상 중이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애플 아이폰용 OLED는 2019년부터 생산할 계획이지만 이르면 내년에 소량이라도 공급하는 것이 목표"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LG디스플레이, 재팬디스플레이에 기술 개발 및 양산성 확보를 위한 투자를 제의하기도 했다. 물론 이 투자는 추후에 패널 물량을 확보하는 선수금 형식의 투자다. OLED가 탑재된 아이폰X가 본격 출시되기도 전에 애플이 차기 공급사를 찾는 이유는 경쟁사인 삼성의 부품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애플의 기본적 방침이기 때문이다.

모바일용 OLED 패널에 대한 영업이익 대부분을 의존하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계 OLED 디스플레이 기업이 대형 악재가 될 수 있어 회사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계 OLED 기업이 모바일용 OLED에 뛰어들 경우 현재 액정표시장치(LCD) 시장과 마찬가지로 평균판매단가(ASP)가 급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삼성전자 의존도가 다시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에 아이폰용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한 것은 ‘거래처 다원화’의 시동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애플 공급 물량을 LG디스플레이나 중국 업체에 빼앗기면, 삼성디스플레이의 고객사 중 삼성전자의 매출 비중이 높아진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사에 연간 24조원(지난 5월 공시 기준)에 육박하는 내부 거래를 기록하고 있다.

한 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올해 BOE가 생산하는 물량 자체는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삼성디스플레이의 모바일 플렉서블 OLED 패널 수익성도 내년부터는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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